2020년 당시 두 살이던 남자 아기를 돌봄 제공자와 대상자의 관계로 만났다. 맘시터라는 앱을 통해서이다.
당시 두 아이들이 사춘기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엄마인 나의 직접적이고 밀착된 돌봄보다는 약간 물리적인 거리를 둔 간접적인 응원과 경제적인 지원이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결혼과 두 아이 출산 후 전업주부로 지내왔던 중년의 내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의 아이들에게 언제나 좋은 엄마는 아니었겠지만 당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그래도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역할이었다.
전보다 보다 발전한 스마트한 세상이 되어, 스마트폰에는 돌봄 제공자와 수요자를 매개하는 플랫폼이 여러개 존재했다. 나처럼 오랜 기간 내 아이들의 충실한 엄마로서 지내다가 사회적인 경력이 단절된 어느새 중년이 된 엄마들과 어린 아이들에 대한 돌봄을 맡기고 일해야 하는 젊은 엄마들을 이어주는 '연대'의 정신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두 살배기 남자 아이였던 아이는 나를 '이모'라 부른다. 업체 측에서는 선생님이란 호칭을 추천하나 어린 아기에게 엄마 자리를 대신하는 좀더 정서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어머님께 그렇게 제안했다. 그렇게 인연은 2024년인 현재까지 이어져 이제 만 4년이 되어 간다. 낯가림이 있었지만 나에겐 웃으며 다가왔던 아기는 이제 개구쟁이 6살 소년이 되었고 아이와 나는 수 많은 날들의 오후 시간을 함께 하며 몇 년 째 서로에게 놀이 친구로 지내오고 있다.
아무래도 서로의 집에서 멀지 않은 같은 동네라 가능한 일이다. 또한, 비즈니스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순수한 어린 아이와의 정서적 소통이 기본이 되는 관계이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만큼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쌓이고 정서적 유대감이 두터워진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발을 동동 거리고 욕심을 내기도 했는데, 나의 시행착오를 되새기며 한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니 아이의 투정도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고 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미소가 나온다.
아이와 나는 이제 돌봄을 제공하는 자와 제공받는 자의 관계를 넘어서 각자의 생애에서 만난 인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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