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때론 내 나름대로, 상황에 따라 순리대로 타협하며, 아무튼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니... 어찌저찌하다가 22년을 전업 주부로 지내왔다. 두 아이들을 키우며 기회가 생길 때는 짬짬이 프리랜서 원고 작성도 하고 영어 번역 아르바이트도 했고 비영리 시민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주부로서 소소하게 띄엄띄엄 경제활동을 하며 나름 자아실현도 추구한 셈이다.
그러던 몇 해 전 어느 날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고 고용보험공단에 찾아가보니 나에게는 지난 22년간 어떠한 공식적인 직업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혼 전 직장 생활을 제외하고 결혼 후 개인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된 이력이 22년 동안 전혀 없었다. 아무튼, 꽤 오랜 세월을 공식적인 월급 없는 전업주부로 지내왔다.
그러다가 덜컥 이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 재산 분할로 현재 아이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서울 한복판에 한 채 가지게 됐지만 실질적인 수입은 매우 불안정하다. 모두 시간제로 임금을 지급받는 아르바이트 수준이고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게다가 앞으로는 적은 수입으로 재산세를 비롯해 각종 세금이나 자동차 보험료, 건강보험 등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들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이혼이라는 법률적, 제도적, 행정적 절차를 무사히 마치고 당장 나에게 급한 것은 건강보험이었다. 거주 중인 아파트로 인해서 이대로 있다가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건강보험료 폭탄이 날아올 것이다. 아직 나는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장 집을 매매해 이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남편의 직장보험 피부양자에서 이제는 내 스스로의 부양자가 되어서 지역 가입자가 되거나 건강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을 제공해주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 당장 절실하게 다가왔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고 문을 두드려가며 자아실현도 할 수 있는 젊음과 시간이라는 자산은 지금 나에게 이미 없다. 지나간 세월과 그 만큼의 책임만이 쌓였을 뿐이다. 당장이 너무 급하다. 알바앱을 설치하고 주변에서 가능하고 바로 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이 가능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외식업종의 주방보조와 서빙을 비롯해 쿠팡 알바도 눈에 들어왔다. 중년 주부들이 많이 하는 아이돌보미나 장애인활동보조사, 요양보호사는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런건 당장은 패스다.
검색해 대충 알아보니, 일용 근로자 중 1개월 동안 근로 시간이 60시간 이상이거나 8일 이상 또는 1개월 동안 월 소득 220만원 이상인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집 근처에서 도보로 출퇴근하면서 시간대가 맞는 일자리를 지원해 면접을 봤다. 배달 전문 음식점이다. 가장 바쁜 시간대인 주말에 이틀 출근하고 9시간씩 근무하게 된다. 자영업자로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4대보험을 기꺼이 제공해주신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내일부터 출근인데, 왠만하면 오래 다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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