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주부 쇼핑몰 도전기 : 농산물 위탁판매 시작 과정 & 얼마 안 가 접은 이유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하고 위탁판매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가닥을 잡고 어느 정도 스마트스토어를 세팅시키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필요한 일은 도매 상품들을 찾아 등록하는 일이었다. 이것저것 검색하다보니 구글의 검색엔진 AI가 나의 관심사를 파악했는지 '다음에 내가 궁금할 만한 것들'을 광고 배너 형태로 끊임없이 제시하기 시작했다. 

 

나의 경우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며 어디 가서 특별히 창업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서적을 탐독한 것도 아니기에 최근 관심사에 부합하는 구글의 여러 광고들에 강하게 이끌려 배너를 클릭하고 사이트를 살펴보며 몇 가지 상품을 등록하기 시작했다. 신선하이, 도매매, 도매꾹, 오너클랜 등이 위탁 판매가 가능한 대표적인 도매 사이트들이다. 

 

 

가장 첫 번째로 상품 등록하기 시작한 품목은 농산물 중 쌀이었다. 쌀의 경우 주식으로 각 가정에서 꾸준히 소비가 되는 품목이고 신선신품이지만 그 특성상 변질이 잘 되지 않고 전국 각 지역 농협에서 도정되어 배송까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나의 주부로서의 경험을 살려 나 또한 소비자로서 제품을 사용하며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상품을 위주로 등록하면 위탁 판매로서 일일이 상품을 확인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산물의 경우 비과세에 해당하는 품목이므로 초기 사업자로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식품 카테고리에서 쌀 다음으로 주목한 상품은 고구마, 감자와 같은 저장 식품이었다. 쌀과 같은 주식은 아니지만 예로부터 구황작물이라 하여 쌀을 대체할 만한 주식 대용 식품이고 오랜 시간에도 상온 보관이 용이하고 가정에서 꾸준히 소비되는 품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쌀과 고구마 등을 등록하고 주문이 들어오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그러나 내내 주문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마케팅 대행 업체들로부터 이메일과 전화가 무수히 왔다. 그러다가 동생과 절친에게 나의 근황을 전하던 중 사이트 주소도 알려 주었다. 그네들은 순수하게 나의 소소한 개업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고구마를 혼쾌히 주문해 주었다. 나도 몇 번 주문해서 이미 먹어 보았기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주문 다음 날 물건을 받은 친구로부터 카톡으로 전송된 사진을 보았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배송된 물건의 상태가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었다. 고구마 겉면에 다수의 스크래치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흙도 다른 색이 섞여 오염이 되어 보였다. 즉시 반품 처리를 진행하고 도매 중개 플랫폼인 신선하이 고객센터를 통해 생산자에게 강력히 항의하였다. 

 

그들의 첫 반응은 햇고구마라 껍질이 얇아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고 조리 후 먹어보고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달라는 것이었다. '먹어보고도 문제가 생기면'이라는 대답에 더욱 화가 났다. 더군다나 장사 한 두번 해본 영세한 개인 생산자가 아니라 ***생산자협의회라는 농업회사법인 형태의 조직의 반응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몇 가지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이 업체는 자체적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도매처가 자체적인 직영 소매라인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네이버 쇼핑을 통해 검색했을 경우 소매와 도매를 함께 하는 업체들의 상품이 결국은 상위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여러 차례의 거듭된 항의로 인해 결국 반품 처리가 되고 최종 환불 처리도 완료되었지만, 씁쓸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매우 오래된 친구였기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오히려 나에 대한 걱정을 하는 상황이었지만, 만약 불특정 다수의 대중인 일반 고객이 주문해 이런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생각하니 더욱 아찔했다.   

 

이를 계기로 몇 가지 분명한 교훈을 얻었다. 농산물이나 신선식품 등의 경우에는 변질의 우려가 있기에 이로 인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내가 직접 생산지에서 상품들을 확인해 보거나 도매업자로서 다수의 상품을 확보해 일일이 검수해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격 경쟁력으로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스마트스토어 내에서 식품 카테고리를 바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