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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여왕/재테크, 부업, 재취업

중년주부 부업 도전기 : 엄마 경력 살려 베이비시터, 등하원돌보미 시작하기

by 중년엄마 2020.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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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찾아야 겠다"라고 결심한 이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 자체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몇 가지 관련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후 내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한 후 검색을 해보고 내 프로필을 적절하게 채우면 됩니다. 그러나, 나에게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찾은 후 그 일을 하는 것은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첫 번째는 나이라는 현실의 벽이었습니다. 같은 조건과 경험에 저보다 젊으며 비교적 최근의 경험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이 계시기에 그분들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수긍이 되고 제가 고용주의 입장이어도 그게 맞습니다. 3D 업종일지라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체력 면에서나 관리 면에서나 유리한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두 번째는 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벽이었습니다. 과거 이십 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름대로 전공을 살려 직장 생활을 하던 저 자신을 생각하면서 관련 직종을 염두에 두지만, 현실은 타임 머신을 타고 이동해 2020년에 와 있습니다. 20년 전에 제가 경험했던 사회 생활은 저의 기억에서조차 빛바랜 추억이 되었으며, 아마 해당 분야에서는 제가 알지 못하는 수십 가지 변화와 발전들이 있어 왔을 것입니다.

 

몇 가지 알바 앱을 깔고 약 1주일 정도 파트타임 알바를 위주로 소심한 구직 활동 시도를 하면서 40대 중반의 경력 단절 여성으로 한 가정의 전업 주부이자 사춘기 두 아이들의 엄마인 제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는 무척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곧바로 파악했습니다. 몇 가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가정 밖에서의 경제 활동을 추구하기 위한 나의 시도를 여기에서 멈추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청년층 및 중장년층 가장들조차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세상에 나까지 보태어 구직난에 동참해야 하는가? 엄마 노릇과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딸 노릇을 더 열심히 하는게 나에게 주어진 바람직한 역할 아닌가? 이대로 주저 앉을까?"

 

"지금까지 해 오던 엄마 노릇,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딸 노릇을 나는 그 동안 충분히 잘해 오고 있고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어. 하고 싶은 일들을 새로 시작해. 시도를 멈추지 마. 용기를 내." 라고 내 안의 목소리가 저에게 외쳤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저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스스로 평가해 보았습니다.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주부, 엄마"였습니다. 20년 경력의 주부이자 16년 경력의 엄마인 저는 그 동안 주부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수행하며 그 역할에 맞는 가정 내 직무들에 대해 연구하며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기에, 이 업무들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속한 가정 내에서는 이 업무들이 이전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필요하지 않으며, 저에겐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나를 바라보고 인식을 바꾸니, 현실적인 답이 보였습니다. 주부이자 엄마의 역할이 필요한 일을 찾아보자!

스마트폰 플레이스토어에서 시터, 등하원, 돌보미 등의 용어를 검색하니 가장 많은 이용자가 있는 앱을 찾을 수 있었고, 가입하고 프로필을 입력하고 내게 맞는 일자리를 검색하니 동네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있었습니다. 프로필란을 충실하게 채우고 무엇보다 엄마로서의 경력을 핵심 인증으로 내세우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등록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관련 인증 등록 및 테스트들을 추가로 진행했고 자기소개서도 성의있게 작성했고, 대학교 졸업증명서도 20년 만에 발급받아 등록했습니다. 아기 돌보는 일에 굳이 관련 전공도 아닌 대학 졸업증명서까지 필요할까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주저 했지만, 소중한 내 아이를 맡기는 엄마의 입장에서 돌봄 제공자의 신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입 이틀 만에 제 프로필을 본 두 분의 젊은 아기 어머님들께서 연락을 주셨고 얼마 후 파트 타임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 일과 중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아기를 돌보면서 우리 아이들 어린 시절도 생각나고 그저 건강하게 자라기만 바랬던 엄마로서의 초심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365일 하루 종일 사춘기 두 아이들만을 바라보면서 혼자 조급해 하던 어지러운 마음도 자연스레 정리가 되었고, 나의 돌봄 노동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보람되고 나아가 경제적인 보상도 얻을 수 있는 것에 성취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년 전에도 스마트폰과 이런 앱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변에 친정도 아는 이들도 없던 타지에서 두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많은 순간 눈물을 삼켰던가. 선배 엄마들의 용기와 희생을 뒤로 하고 세상은 서로 돕고 연대하며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겠지요. 후배 엄마들과 내 딸은 좀 더 스마트하게 육아하며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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