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30만원 상당의 입학준비금을 지원 받았다. 이 중에서 25만 5천 원은 교복 구입 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남은 금액 4만 3천 원이 포인트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제로페이 모바일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되었다.
이젠 서울 도심이나 주택가의 왠만한 상점들에서 제로페이는 보편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의 동네 주변에서 왔다갔다 하는 나의 동선에서 일상적으로 자주 방문하는 수퍼마켓이나 빵집, 분식집, 미용실 등에서도 제로페이 가맹점이라고 쓰여있는 스티커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 있다.
그래도 기존의 소비 및 결제 습관에 익숙해져 있어서 굳이 잘 이용하지는 않았었는데, 최근에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지원금들이 생기면서 받은 것은 써야 하기에 그러다보니 새로운 문물에도 점차 익숙해져야 할것 같다.
암튼, 입학 전인 2월 말에 아이가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문자로 받은 입학준비금 포인트를 감사한 마음으로 제로페이라는 형태로 사용하기 위한 나의 작은 경험을 정리해 본다.
▶ 입학준비금 포인트에 대한 핀(PIN) 번호가 문자로 발송되었다.
▶ 받은 핀 번호를 안내된 앱 중 주거래 은행의 앱에 등록하였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간단하다. 스마트폰을 몇 분 동안 잠시 끄적거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한참을 잊고 지냈다. 어느 날 잊고 있던 포인트 생각이 나서 어디 나갈 일 있을 때 이번엔 잊어버리지 말고 꼭 사용해 보기로 하였다.
우선, 동네마트에서 사용해 보기로 하였다. 스마트폰에서 은행 앱을 실행시킨 후 제로페이 메뉴에 있던 지역상품권 포인트 바코드를 켜고 결제하려 하니 "지역상품권 가맹점이 아니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내가 이용하는 은행 앱의 제로페이 결제로는 가능했다. 제로페이와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포인트가 구분되어 있었고, 이 모바일상품권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로페이 가맹점이 아닌 지역상품권 가맹점을 이용해야 소비가 가능한거 같다. 말로만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인 셈이다.
혹시 몰라 제로페이가 가능한 다른 곳도 들려봤다. 동네 분식집과 편의점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은행 계좌와 연결된 제로페이는 결제가 되어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갔지만, 제로페이 상품권 포인트는 같은 이유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20년 동안 살림을 하며, 이젠 포인트며 잔돈을 우습게 아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43000원의 포인트를 잘 써야만 한다. 그래서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동네의 지역상품권 가맹점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이용하는 신한은행 앱에서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메뉴로 들어간다. <가맹점 찾기> 메뉴에서 지도를 내가 사는 동네로 옮기고 <서울시 입학준비금>을 눌러 보았다.
<의류/잡화>와 <가전/통신> 업종인 매장들이 몇 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입학지원금 취지에 맞게 교복 지원 및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전자기기 마련과 관련된 업종에 대해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동네에 있었던 <의류/잡화> 매장의 경우 동네 엄마들을 위한 숙녀복 매장이었고, 전자기기 매장의 경우 동네이지만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던 무슨무슨 주식회사와 같이 처음 들어보는 상호도 있었⁰0⁰⁰다.
뭔가, 조금씩 불편해진다.
아이 교복 추가 비용은 공식 판매 매장에서 개인카드로 별도로 결제를 했고, 이왕에 아이를 위해 쓰긴 해야 하는데, 다음에 동네에 시간 여유있게 나갈 일 있을 때 다시 한번 사용을 시도해 봐야 겠다. 그런데, 이쯤되면 귀찮아져서 사장되는 포인트들도 꽤 생기지 않을까란 생각도 된다.
다시, 자꾸 귀찮아진다.
그로부터 약 2주 정도 지난 후에 롯데하이마트에서 사용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가까운 롯데마트에 장을 보러 간 김에 하이마트에 들려 문의해 보니 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에 대해 사용할 수 있다고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이미 학습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를 갖춘 상황일 뿐만 아니라 교복 구입하고 포인트로 지급된 43000원이란 금액을 사용하기에 적당한 품목은 없었다. 무선 이어폰이나 충전기 혹은 보조배터리 등도 교복지원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에 해당되지 않았다. 이제, 43000원을 사용하기에 하이마트는 패스한다. 다시 한번 발품을 팔아 알아봐야겠다.
그러던 중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제로페이로부터 새로운 안내를 받았다. 새롭게 추가된 <입학준비금 포인트> 사용처에 대한 것이었다.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 롯데하이마트, LG전자 베스트샵, ABC마트,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등이다.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백화점과 아울렛이 포함되어 있으니 전보다 좀 더 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조만간 방문하고 후기 추가할께요.)
몇 주 후인 5월의 첫 주말에 아이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43000원을 보태 운동화를 아이 본인이 직접 신어보고 사기로 계획하고 집 근처에 있는 현대아울렛몰 내의 ABC마트에 방문했다. 당장 아이의 시간이 급해 먼저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후 결제시 입학지원금 제로페이를 사용하겠다고 하니 제로페이 사용 매장이 아니라고 했다. 직원분께서 일반 ABC마트가 아니라 NC백화점 내의 ABC마트에서만 사용 가능하다고 안내해 주었다. 시간이 없어 일단 결제를 했다.이번에도 교복지원금 제로페이 사용은 불발이 되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니 시간이 없어 이런 소비재 쇼핑에 아이를 일일이 대동하기 어렵다. 며칠 후 엄마인 나만 NC백화점 내에 있는 ABC마트에 방문하였다. 마침 아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의류도 구비되어 있어서 맨투맨 티셔츠를 구입하고 양말을 추가로 구입하니 정확히 43000원이었다. 시행착오와 방황(?) 끝에 나름 어렵사리 2021년도 서울시교육청의 입학지원금을 결과적으로 합리적으로 소비하였다.
다만 지난 세달 동안 내내 아쉬운 것은 어떤 정책을 세우고 구체적인 진행을 할 경우에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인데 사전에 현장을 꼼꼼이 체크하여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안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책상에서 만든 탁상행정스럽다고나 할까.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 및 학부모들 등 일반 시민들이 우리들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라는 비용을 낭비했다. (암튼, 감사하고 요긴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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